PW :: 비밀관

이 블로그는 트위터 긴 글 연성 및 연성 백업 용도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블로그 내의 모든 저작물에 대한 상업적/비상업적 사용을 금지하며, 필요한 경우 개별적으로 허가를 요청해주세요.
2차 창작의 경우 원작자의 요청에 따라 언제든 내려갈 수 있으며, 크로스오버/TS/AU 등의 요소가 있을 수 있으므로 주의해주시기 바랍니다.

◆ Twitter : https://twitter.com/_tsuisaki
◆ HP : http://parallelworld.wo.tc/
◆ Blog : http://et.parallelworld.wo.tc/

저와 교류를 원하시는 분들은 트위터로 찾아와주세요. 감사합니다.

아래 트위터 썰을 토막글로 옮긴 것으로 본래 모바일로 작성한 토막글을 PC에서 보기 편하도록 포맷을 정리한 것입니다.
원본 글은 http://www.twitlonger.com/show/n_1spj00s 이고, 퇴고는 생각나면 할 수도 있지만... 아마 안할 것 같은..



※ 아가쟝 안 나오는 아가에이ts썰
※ 날조 주의. 모바일로 써서 비문/오타 많아오


  3일. 에일린은 그 숫자를 다시 한 번 되새기며 이불을 목 위로 끌어올렸다. 훈훈한 기운이 턱 밑까지 그득 들어섰으나 부드러운 이불의 감촉에도 피부에 감기는 싸늘한 기운은 여전했다. 그녀는 그 감각을 애써 모른척하며 눈을 감았다.

  마지막으로 자고 일어난 지 꼬박 3일이 되었다. 하루 정도는 더 버틸 수 있겠지만 오늘 잠들지 않으면 앞으로 족히 나흘은 잠들 수 없다. 어린 아이도 할 수 있는 단순한 계산이었다. 그녀는 오늘 반드시 잠들어야 했다. 이미 너무 많이 떠올려 구태여 다시 되새길 필요도 없는 사실을 에일린은 몇 번이고 꺼내어 다시 씹어 삼켰다.

  잠 못 드는 밤에는 익숙하다. 그러나 이것은 아니었다. 오늘만큼은 그 이유를 도저히 납득할 수가 없어 에일린은 공연히 제 머리를 베개에 깊이 처박았다. 그럴 리가 없었다. 설마 제가, 키우던 악마 하나가 사라졌다고, 잠들지 못 할리가.

  “잠이 안 오는 모양이군요.”

  정원에 심어놓은 나무마냥 그저 가만히 서있던 바사고가 비뚜름한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역광을 받아 흐릿하게 보이는 윤곽에도 분명하게 드러난 비웃음에 에일린은 휙 하니 등을 돌렸다.

  빛 한 점 없이도 잘만 볼 수 있는 작자가 구태여 창문가에서 청승을 떨고 있으면서 말은 잘한다. 저것은 평소에는 있는 듯 없는 듯 하다가도 꼭 이렇게 한 번씩 속을 긁곤 했다.

  유감스럽게도 방 안에는 그와 그녀 단 둘 뿐이었다. 늘상 그녀를 만족스럽게 했던 그 결벽적인 정적이 오늘만큼은 더없이 거슬렸다. 에일린은 짜증을 숨기지 않고 이죽였다.

  “입 다물어요.”

  “이런, 실례.”

  바사고가 대단히 성의 없이 탄식하며 걸음을 옮겼다. 갑자기 들려온 발소리에 에일린이 급히 다시 돌아누웠으나, 그가 순식간에 지척까지 다가온 탓에 얼굴이 잘 보이지 않았다. 에일린은 바사고의 그림자 진 얼굴을 잠시 바라보다 흘긋 시선을 내렸다. 길고 비쩍 마른 몸을 지나, 어중간하게 허공에 멈춰있는 손목에 황금빛 팔찌가 눈에 들어왔다. 그녀는 충동적으로 제 손가락의 반지를 매만지다 다시 고개를 들었다. 그는 여전히 그 뜻 모를 비뚜름한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눈앞의 악마는 아니지만, 그녀는 이미 여러 번 그녀의 또 다른 악마와 이런 식으로 시선을 교환한 일이 왕왕 있었다. 또 다른 악마. 에일린은 손가락에 걸린 묵직한 촉감을 떠올렸다. 그녀의 첫 악마이자, 지옥 동부를 지배하는 위대한 이름의 주인. 그리고 이 사달을 내어 놓고 사라진 주범이기도 했다. 그를 떠올린 에일린의 시선이 엷게 떨렸다.

  곧이어 바사고가 느릿하게 손을 뻗었다. 뺨에 닿는 조금 서늘한 체온이 거슬릴 법도 했건만, 그 체온에서 느껴지는 묘한 안정감에 그린 듯한 미소가 순간 어그러졌다. 이쯤 되면 제 불면의 원인은 부정할 길이 없이 분명했다. 에일린의 표정에 낭패가 서렸다.

  “미리 말하지만”

  바사고가 천천히 손을 거두며 입을 열었다.

  “저는 싫습니다.”

  그나마 남아있던 미소가 흔적도 없이 사그라지는 것은 순식간이었다. 정말이지 예의라는 것을 모르는 계약자다. 하지만 따지고 보면 그녀 역시 저 악마에게 단 한 순간도 예의란 것을 기대한 바가 없으므로 이는 순전히 제가 방심한 탓이었다.

  이왕에 이렇게 된 것 에일린은 제 생각을 감추지 않고 고스란히 드러냈다. 늘상 부드러운 미소가 떠나지 않던 입매가 노골적인 경멸로 사정없이 비틀렸다.

  “어머나”

  사고의 수면에 오롯하게 경멸만을 남기는 데엔 구태여 생각을 거를 필요조차 없었다. 그러나 그 비틀린 입술에서 나오는 목소리만큼은 더없이 달콤했다. 

  “저도 그렇게, '아무 것'이나 침대에 들이는 취미는 없답니다.”

  이윽고 성화 속의 성녀와 같은 소녀의 얼굴 위로 장미가 피어나듯 매혹적인 미소가 번졌다. 처음부터 그 얼굴에 부정적인 감정일랑 한 번도 깃든 적 없던 것 마냥. 그의 얼굴이 여유를 잃고 사정없이 뭉개지는 모습을 보고서야 에일린은 생각했다. 이제야 겨우 잠들 수 있을 것 같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