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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캐해석 = 캐릭터를 자기 입맛대로 오해하는 것' 이므로 의미 없는 반론은 받지 않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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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밤에 제정신 아닌 상태에서 플텍계에 썼던 걸 거의 그대로 옮긴 거라 말이 좀 두서없고, 가독성도 나쁜데다, 사감이 지극히 많이 들어간 글입니다. 주의해주세요. (반말 섞임)
※ 슬레인을 많이 앓습니다. 내용의 이해를 돕기 위해 트윗을 옮기며 추가한 내용이 있습니다. (가능하면 전부 읽어주세요.)
※ 이건 어디까지나 제 해석이고 참고하시라고 적어둔 거지 이걸 갖고 싸우자고 쓰는 건 아닙니다. 저는 신해멸도 아니고 약팔이라서.. 아 맞다 글에 약기운이 넘실댑니다. 주의 요망.


음.. 밤이니까 자기 전에 헛소리나 좀 해야지...

알제 캐해석과 스토리에 대한 전반적인 고찰이랄까? 사실 본계에서 하도 약을 팔기도 했고 원래 최애 덕질은 약기운으로 하는 성향이라 진지빨고 얘기하는 게 어색하긴 한데 기분이 내키니까 그냥 함 해봄.

기본적으로 알제가 배경 설정이 잘 잡힌 편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캐릭터성에 대한 게 아니더라도 세계관 설정이라고 해야하나? 예를 들어 화성과 지구가 서로 갈라진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도 화성인이 지구인에 대해 너무 확고한 선민사상을 가졌다는 점이나, 특히 2대 황제.. 이름 뭐였더라 암튼 아세일럼 아빠가 지구와의 전쟁을 일으켰을 시점에서, 이주한지 1세대가 갓 지난 시점에서 대부분의 화성인들은 지구에 어머니나 할머니뻘의 친척을 두고있었을 텐데 하이퍼게이트가 폭주할 만큼 대규모의 전선을 구축했단 것도 말이 안되고.. 과학적 고증도 썩 뛰어난 편은 아니라고 봄.. 그래도 만화라는 점을 감안해서 그런 건 무시한다 치고...

감독이 처음 이 만화가 '왕도'라고 언급했다는 점과 만화의 제목이 알드노아 제로라는 점을 고려했을 때 이나호와 슬레인이 다시 처음의 상태로 돌아오는 엔딩 자체는 처음부터 정해진 거라고 봅니다...[각주:1] 아무래도 이 만화는 건담물의 왕도에 맞게 어떤 개인의 비극이 아니라 시대의 비극을 보여주려는 목적이었겠죠.

이나호, 슬레인, 아세일럼 이 세 주인공 모두 전쟁을 겪으면서 각자 어느 정도를 희생하며 성장했다고 생각해요. 물론 그 중에서도 슬레인의 변화가 가장 두드러지긴 하지만... 말이 길어질 것 같은데 1쿨 내용부터 해석을 하자면...

초반에 이나호는 굉장히 비인간적이고 무감각한 모습으로 그려집니다. 그리고 아세일럼은 버스의 현 실정을 모르는 순진한 공주일 뿐이었구요. 아마 우로부치가 디자인한 아세일럼은 우리가 본 그 사람보다 훨씬 강한 여자였을 겁니다. 1~3화까지의 모습을 보면 어떤 느낌이었을지 대충 알 수 있는데, 그 이후로도 암살을 주도하고 심지어 직접 자신을 살해하려 했던 례예를 용서하는 장면에서 아세일럼의 인간성에 대한 힌트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해요. 다만 연출이랄까 각본이랄까, 아세일럼을 지나치게 여성스럽고 천진한 인물로 표현한 것 같습니다. 3화까지의 내용에서 비교적 강한 모습이었던 아세일럼은 뒤로 갈수록 천상 여자 느낌밖에 안들고, 례예한테 사과하는 장면도 이 사람이 정말 마음이 강하구나 라는 느낌이 아니라 그냥 얘 호구 아냐? 란 느낌밖에 안났어요..

졸라 각본가가 아세일럼 안티인게 틀림 없음....

이나호의 경우는 그나마 셋 중에 제일 양호한데 각본가가 먼닭 주인공이 취향인 모양인지 뒤로 가면 갈수록 먼닭 성향이 너무 강해져서 전쟁을 겪으며 성장해나간다는 느낌보다는 처음부터 완벽했다는 느낌이 강합니다. 이야기 초반에 슬레인을 경계해서 바다에 빠뜨렸던 이나호가 2쿨에서 주변인의 마음을 배려하기 시작하고, 적일 수도 있는 마주르카에게 도움을 요청한 것을 봤을 때 이나호도 분명히 어떤 정신적인 성장을 했을 게 틀림없죠. 아마도 그걸 이끌어낸 건 슬레인일 거라고 생각하는데..

실제로 2쿨 중반까지 이나호는 슬레인에게 엄청나게 집착하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어쩌면 같은 편이 될 수도 있던 상대가 눈 앞에서 자신을 쏘고 공주를 데려가고 화성 기사의 우두머리가 되어 적대하게 된 상황에 뭔가를 느꼈을 수도 있죠.

각본가가 어찌나 각본을 잘 썼던지 이나호의 먼닭성이 너무 강해지면서 지구군의 주변 인물들은 죄다 찌랭이 신세가 돼버렸고 지구와 화성간의 전쟁도 그냥 슬레인이랑 이나호가 아세일럼을 사이에 두고 벌이는 사랑싸움 같아지는 웃지 못할 사태가 일어났습니다. 무슨 3류 로맨스마냥...

전쟁이 얼마나 참혹한지, 어떤 양상으로 진행됐는지 3화 이후로는 거의 보여주질 않았고 그냥 화성기사가 나타나서 난리치다 이나호가 짠 하고 나타나서 이겨버리는 식의 전투만 계속됐는데, 이걸로는 지구나 화성 국민들이 얼마나 평화를 바라고 있을지 혹은 바라지 않을지 전혀 알 수 없고, 심지어 지구군 사이드의 주요 인물들이 모두 부상도 없이 살아돌아올 동안 화성 기사들만 끝도 없이 죽어나가서 저 전쟁에서 지구가 이기고있는 것 같아보이기까지 합니다.. 물론 상식선에서 그렇지 않다는 걸 다 알고 보지만, 이런 식의 전개 자체가 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이야기의 중심을 전쟁에서 치정관계로 옮겨가게 합니다. 문제는 이 세 사람의 로맨스가 처음부터 이어질 리가 없는 거였다는 데 있죠...

또 상냥한 각본가님은 1쿨 후반에서 2쿨 초반까지의 기간동안 어떤 일이 있었는가에 대한 단서를 거의 주지 않았는데, 때문에 시청자들은 도저히 슬레인이 어떤 이유로 저렇게 삐뚫어졌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가장 큰 변화는 아마 초기에 지구와 화성 사이에서 갈등하며 화성이 아니라 아세일럼 개인에게 충성하던 슬레인이 아예 화성쪽으로 붙게 되었다는 점일 건데, 여기에 대한 충분한 이유를 만화는 조금도 설명해주지 않습니다.

물론 추측은 할 수 있죠.. 작중에서 '같은 편에게 총을 겨누는 사람은 없어!' 라며 화성 군인이 슬레인을 구하는 장면에서 큰 동요를 보였다는 점, 그리고 실제로 12화에서 자츠바움을 구했다는 점에서 슬레인이 더이상 아세일럼 개인이 아니라 화성에 관심을 가지게 됐다고 판단할 수 있습니다. 근데 그것만으론 충분치가 않아요. 왜냐면 얘는 이미 트릴랑을 쏴 죽인 전적이 있거든요? 근데 내편한테 총 쏘는 애가 어딨어! 이 말 한마디 듣고 화성편에 붙었다고? 개소리죠.. 게다가 자츠바움은 아세일럼을 쏜 장본인입니다. 아무리 사상적으로 감화되는 중이라고 해도 아세일럼이 위중한 상황에서 슬레인의 마음속 저울추가 아세일럼에서 자츠바움으로 넘어갔다는 건 말이 안되죠.. 그러니까 아무래도 그 2년간 뭔가 일이 있었을 겁니다. 근데 무슨 일? 아무것도 안 알려주잖아.. (게다가 슬레인은 단순히 한 사람의 화성인으로서의 자신의 정체성을 찾았다기보다는 좀 더 뭐랄까.. 쉽게말하면 흑화했다는 데 가까웠어요.)

아무튼 그래요.. 뭔가 일이 있어서 슬레인이 자츠바움을 따르게 됐다고 치자구요. 남들은 어땠을지 모르겠는데 저는 슬레인이 자츠바움을 죽인 것이 그나마 2쿨 내내 얘가 한 짓중에서 제일 잘 이해되는 일이었습니다. 어쨌든 얘는 기어이 아세일럼의 복수를 하면서 자츠바움의 사상은 이어받더라도 여전히 정신의 중심에 아세일럼이 있다는 것을 분명하게 보여줍니다.[각주:2] 그리고 이건 알제가 끝날때까지도 변함 없는 것으로, 슬레인이 본질적으로는 전혀 변하지 않았다는 게 이 스토리의 또다른 핵심이라고 봅니다.

어쨌든 슬레인은 자기 아버지를 죽이고 그 신념을 이어받으면서 수라의 길을 걷기 시작합니다. 마지막화에서 죽음을 두고 '가장 원했던 결말'이라고 언급하는 점이나 작중 내내 '공주님께서 이런 자신을 보면 변했다고 슬퍼할까요?'라고 묻는 점을 보면, 우유부단했던 어린 시절로부터 벗어나 군을 이끌 수 있을 정도로 성장하긴 했지만 그 정신의 본질적인 부분은 변하지 않았으며 아마 높은 확률로 사실은 지구와 화성의 전쟁같은 거 다 필요 없고 그딴거 실은 하기도 싫고 그럴 확률이 높습니다. 하지만 그것과 동시에 자츠바움의 신념을 이어받은 후계자로서 전쟁을 자신이 해야할 일이라고 받아들이고 있을 거고, 또 전쟁을 통해 이뤄내고자 하는 바가 분명히 있었을 겁니다.

아마 슬레인은 2쿨 내내 어느 정도의 의무감과 자괴감, 자기 혐오에 빠져있었을 거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마지막에 아세일럼이 정전을 명령했을 때 다시 목걸이를 걸고 홀가분한 표졍으로 죽음을 선택했죠. 아마 전쟁의 상징이나 다름없던 자신이 죽음으로서 진정한 전쟁의 종결을 원했던 게 아닐까 하는데 뭐.. 여기에 대해선 좀 있다 다시 다루고..

아세일럼 이야기를 자세히 하자면 이 아가씨가 제일 지못미해졌는데 진짜 왜 이렇게 됐지? 생각해보면 암살당할뻔하고 자기때문에 가장 원치 않고 가장 염려하던 일(전쟁)이 역대급으로 일어났는데도 꿋꿋하게 화평을 주장할만큼 강단있고 강한 아가씨인데다가, 그 뜻을 이루기 위해서 자신의 사랑을 포기한(?) 나름대로 멋진 여주인공이라고 생각하는데... 근데 각본가가 얘를 다 망쳤어!

작중 아세일럼은 그냥 멍청하게 화평 화평 노래를 부르는 걸로밖에 안보이게 연출을 해놨는데... 어.. 진짜.. 뭐라고 해야하지? 2쿨 후반부에 렘리나의 질문에 '나는 오로지 버스 국민의 행복만을 바래요' 하고 대답한 걸로 봐서 아마 설정상의 아세일럼은 우리가 아는 그런 병신 썅년이 아니었을 거라고 생각해요. 얘도 결국 지구와 버스의 평화를 위해 개인으로서의 행복을 포기한 전쟁의 희생양중 하나였을 텐데... 각본가가.. 너무 멍청하게 그려놓는 바람에... 내용이 완전 전쟁얘기가 아니라 중간부터 사랑 싸움으로 변질되기 시작하면서 흔한 삼각관계 한 중간에 있는 히로인 포지션에 놓여버렸어요.. 그리고 결혼을 클란카인과 하면서 ㅈ망...

결과적으로 이나호랑 슬레인을 적당히 먹다 버리고 결혼은 백작님과>ㅂ< 가 되어버린 거 아냐?! 왜 이따위로 만들었지 진짜? 아 각본가 개쌔게 때리고싶다.

작중에서 아세일럼이 클란카인과의 결혼을 발표하기 직전의 상황을 돌아볼 필요가 있는데, 아세일럼은 왜 슬레인이 저렇게 변했는지 모르겠다면서 슬퍼하지만 에델리조가 그렇지 않다고 정정합니다. 아마 여기서 아세일럼이 자신의 개인적 행복을 포기해서라도 전쟁을 멈추고, 더 나아가 슬레인을 전쟁으로부터 구하겠다는 생각을 시작한 것으로 보입니다. 왜냐하면 그 직후에 알현의 방을 쓰게 해달라고 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1쿨 내내 비교적 수동적으로 있던 공주가 자기 의지로 뭔가 일을 꾸미기 시작했으니까요

그리고 중요한 황제와의 대담에서 이 아가씨는 버스를 위해 인생을 불사르기로 마음 먹었겠죠. 어쩌면 알드노아라는, 인간에게 허락되선 안됐을 강력한 힘을 다스리는 황족으로서의 의무를 실감하게 됐을지도 모릅니다. 근데 실제 만화 보면 이 장면을 그냥 지 할아버지가 정신이 오락가락하니까 ㅠㅠㅠ넘 슬퍼ㅠㅠㅠ 이런 느낌으로밖에 그려놓질 않았어요. 자신은 오로지 버스의 안녕을 바란다는 공주가 황제와 저런 대담을 했는데 내놓는 감상이 그따위라고? 이게 사실 말이 안되는 건데.. 

허.. 아무튼 각본가의 의도아닌 의도대로 여전히 천진하고 멍청하고 화평밖에 모르는 소녀로밖에 안보이던 아세일럼이 뜬금포로 그 다음 여황 선언을 하면서 클란카인과의 결혼을 선언합니다! 이 만화는 이미 전쟁물이 아니라 삼각관계 로맨스물이 됐는데 히로인이 딴남자랑 결혼한데요! 혼파망!

아나 진짜 쓰다보니까 열받네.. 심지어 더 짜증나는 건 얘가 결혼 선언을 하기 직전에 이나호와 고백 비스무리한 걸 주고받으면서 완전 러브라인을 타는 중이었단 겁니다. 사실 앞에서 내내 보여준 두 사람의 관계는 완전한 연애감정이라고 보기 어려운 감이 있었는데 그 고백으로 아 얘네 서로 그냥 좋아한 거구나 하고 평범한 연애물로 장르 체인지 했다가 갑자기 아세일럼이 딴남자 선언을 하니까 엉? 보는 사람들이 응? 멘붕을 하지! 안하겠냐?! 아 진짜ㅋㅋㅋ 미침ㅋㅋㅋㅋ

아무튼 그래요... 그래서 결국 전쟁은 아세일럼의 손에 의해 종결이 납니다. 슬레인과 이나호, 아세일럼 모두 전쟁을 겪으며 성장했고, 모두 어느정도를 희생했습니다. 이 전쟁에 승리자라는 건 없고 모두 희생된 사람들만 있어요. 그게 아마 처음 의도했던 이 만화의 주제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리고 모든것은 제로, 즉 원점으로 돌아갑니다. 여기서 주의해야하는 건 아세일럼이 상징하는 바가 전쟁에 대한 어떤 희망, 다시말해 비극의 종결과 더 나은 미래에 대한 희망이었을 거란 점이에요

셋 다 어느정도 잃고 어느정도 슬픈 경험을 했지만 가장 고통받은 쪽은 전쟁을 주도했던 슬레인이죠. 한편 이나호는 한쪽 눈을 잃었고, 군에 너무 깊게 관여했기 때문에 다시는 과거의 삶으로 돌아갈 수 없을 겁니다. 그리고 끝까지 평화를 포기하지 않고 심지어 자기 뜻을 관철시키기까지 한 아세일럼은 셋 중에 상태가 제일 양호합니다.[각주:3]

마지막에 아세일럼이 지구에서의 일을 '아름다운 추억'이었다고 말하는 것은, 참혹했던 전쟁 기억일 지언정 그 안에 있던 일을 아름다운 추억이라고 말할 수 있을 만큼 평화가 자리잡고 어느정도 상처가 치유됐다는 걸 보여주는 상징적인 대사가 아니었을까 하고 생각합니다. 근데 실상은 슬레인 혼자 인생 ㅈ되고 이나호는 별로 변한 것도 없어보이고 만화 장르는 3류 로맨스로 흐르던 중에 저 대사를 날리니까 그냥ㅋㅋㅋ 어장관리자나ㅋㅋㅋ 가 되면서 아세일럼이 메카물 희대의 썅년으로 등극하게 되죠.

실상 이 전쟁에서 가장 무고하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쟁의 핵에 있는 탓에 가장 여러번 목숨을 위협받았던 아세일럼이, 전쟁의 기억을 아름답게 추억한다는 건 되게 의미있는 거거든요? 이건 슬레인의 구원이라는 측면에서도 아주 중요한 의미를 가질 뻔 했어요! 그래요 그럴 뻔 했지! 근데 슬레인 구원 받았어? 아니! 슬레인의 최후는 지나치게 비참하게 끝났음.. [각주:4] 만화가 보여주고 싶었던 게 전쟁으로 인한 시대의 비극이었다면 슬레인은 구원의 여지조차 없이 그냥 차라리 죽었어야 했어요.

왜 애를 살렸는가..에 대해서는 이런 저런 생각을 해봤는데 마지막화 아세일럼의 대사를 참고할때(그리고 아마도 이 만화에서 아세일럼이 가졌을 상징성을 고려할 때) 전쟁이 끝난 후 전쟁은 비극이었지만 그 비극을 딛고 일어서는 한줄기 희망 같은 걸 보여주고 싶었을 겁니다. 아세일럼이 이나호에게 슬레인을 '불행의 연쇄'에서 구해달라고 했다는 대사를 고려하면 더 그런데...

물론 전범.. 무거운 죄죠. 아세일럼과 이나호가 슬레인을 살리더라도 시대가 슬레인을 용서하지 않을 겁니다. 따라서 아무리 아세일럼이 슬레인을 용서하고 구원하고자 한다고 해도 슬레인이 결국 비참한 삶을 사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릅니다. 만약 작가가 그렇게 전쟁의 비극과 그 극복, 그러나 결국 치유할 수 없는 흉터로 남은 전쟁의 슬픔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존재하는 어떤 희망을 보여주고 싶었다면 이런 개막장 결말보다 훨씬 더 좋은 선택이 있었습니다. 비극으로 닿을 수 밖게 없는 숙명을 보여주고 싶었으면 그냥 애를 죽인 다음, 하크라이트랑 렘리나가 나란히 죗값을 치르고 출소해서 슬레인의 무덤 앞에서 슬레인을 회고하는 정도면 됩니다. 그 두 사람이 슬레인의 삶을 인정함으로서 슬레인의 삶도 보답받는 셈이고, 그건 충분히 흉터로 남은 슬픔에 대한 어떠한 희망 한조각의 역할을 했을 겁니다.

아니면 정말 얘를 불행의 연쇄에서 구해서, 새로운 삶을 주던가! 전쟁의 화신이나 다름 없던 슬레인 트로이어드는 죽었습니다. 그게 곧 전쟁의 종결을 의미하죠. 그리고 피해자로 남은 인간 슬레인은 그 개인으로서야 당연히 속죄의 삶을 살겠지만(공주가 얘를 용서했든 안했든 죄를 지었으니까) 어쨌든 희망이란 게 있는 공간에 뒀어야 했어요.

아니 아세일럼이 그랬잖아?! 불행의 연쇄에서 구해달라고! 근데 왜 그 꿈도 희망도 없는데 집어 넣냐? 설마 뭐 꿈과 희망이 넘치는 감옥 라이프♥ 같은 걸 생각한 거야? 각본가 진짜 무슨 생각인지 모르겠음.. 아니 2차에서 팬들이 얼마든지 꿈과 희망이 넘치는 감옥 라이프를 연성할 수는 있어요.. 근데 원작은 2차 창작이 아니거든? 25화가 나와서 죗값을 치르고있지만 그래도 희망이 있는 그런 모습을 보여줄 거라면 감옥에 넣었어도 되지만, 그게 아니잖아?

결국 이야기가 그렇게 완결되면서 우리는 뒷 이야기를 감옥이 갖는 상징적 의미로밖에 이해할 수가 없는데.. 그럼 슬레인은 내내 전쟁으로 고통 받고 고생만 하다가 그 어떤 보답도 받지 못하고 감옥이라는 희망 없는 공간에 갇히는 셈이 됨.. 이 전개에서 한 조각 희망이라도 발견할 수 있는 사람? 아세일럼 너 뭐했냐? 응? 니가 희망이라며... 슬레인을 구해달라고 했다며 근데 왜 저렇게 냅뒀어?[각주:5]

이렇게 3류 로맨스 파탄에 뒤따르는 어장관리(내몸드립)와 아름다운 추억 드립에 더불어 슬레인의 지나치게 비참한 최후가 시너지 효과를 이루면서 아세일럼은 슬레인을 헌신짝처럼 버린 셈이 됐고, 아세일럼의 상징적인 의미는 무슨 개뿔 이년은 그냥 개썅년이고 이나호는 그냥 연애하다 차인거고 슬레인은 이나호한테 인실좆당했을 뿐이고 하크라이트는 그냥 아무 의미 없이 뒤졋고!

심지어 전쟁의 종결을 다루는 부분은 정말 실망스럽기 그지없었는데, 슬레인이 우두머리였던 건 맞지만 사실 그 전쟁은 버스 궤도 기사들이 원해서 일어난 일이었고 대부분의 궤도 기사들이 여전히 전쟁을 더 원하고 있을 시점에서, 슬레인만이 모든 죄를 뒤집어쓰고 정말 해결되어야할 문제는 어떤 것도 해결되지 않았고, 지구의 사정은 작중 내내 알 도리가 없고, 화평이 된 거 같긴 한데 대체 어떻게 된 건지도 모르겠고...[각주:6]

하 몰라 그냥 총체적 난국 나 이거 왜썼지? 결론은 이 만화 이딴 거 다 필요 없어

우로부치의 원안 퀄리티를 개인적으로 믿는 편이고, 또 실제로 작중에 드러난 연출이나 대사에서 보이는 힌트들로 어떻게든 끼워맞추려고 노력은 해봤는데, 결국 실제 각본과 실제 내용을 내가 바꿀 수는 없는 거임... 아무리 꿈보다 해몽이라지만 개꿈을 꾸고 그걸 무슨 나니아연대기를 본 양 말하는 것도 정도가 있는 법임..

만화는 결국 병크를 터치고 끝났고, 몇번을 다시봐도 이 만화 전개는 답이 없고, 슬레인은 불쌍하고, 이나호는 차였고, 아세일럼은 썅년임.. 그래서 렘리나가 어떻게 됐는지는 알 도리가 없고.... 아 렘리나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너도 나올 만화를 잘못 골랐어 마법소녀물에 나왔어야 해써ㅠㅠㅠㅠㅠㅠㅠㅠㅠ

아무튼 그렇다고 합니다. 진짜 아무리 꿈보다 해몽이라도 저 정신 나간 스토리를 이정도까지 해석했으면 팬으로서 도리는 다 했다고 봄.. 다 필요없고 내 안의 슬레인은 그냥 마법소녀니까 그런 줄 알아ㅠ




여러분 마법소녀 슬레인 파시죠

  1. 완결 후 인터뷰에서 아세일럼이 제 3의 인물과 결혼하는 것이 원안에 있었다는 것이 밝혀졌습니다만, 이 부분의 본문은 그것을 알기 전에 쓴 것이므로 그냥 두겠습니다. [본문으로]
  2. 트윗을 본문으로 옮기면서 추가하는 내용으로, 아마 자츠바움을 죽이기 전까지 슬레인은 전쟁에 적극적이었다기보다는 자츠바움이 전쟁을 원하기 때문에 전쟁을 하고있던 게 아닐까 싶습니다. 화성군으로서의 정체성 확립 + 자츠바움의 죽음이 어울어져 전쟁을 본격적으로 어떻게 해보겠다는 마음을 먹은 듯 해요. [본문으로]
  3. 트윗을 본문으로 옮기면서 일부 내용을 부연합니다. 다시 말해 이 전쟁을 대하는 자세에서 '평화'라는 수단을 선택한 것이 아세일럼이고, 그런 아세일럼이 최후에 자신의 뜻을 관철하고 셋 중 가장 행복한(?) 미래를 맞는 것은 전쟁이라는 비극을 해결하기 위한 궁극적 방법이자 가장 최선의 방법이 곧 평화이며, 그것이 가장 나은 미래를 선사할 것이라는 작가의 의도가 반영되었을 것이라고 추측합니다. [본문으로]
  4. 오해의 소지가 있어 내용을 추가합니다. 슬레인은 전범이고, 죄수가 감옥에 갇히는 건 이상한 게 아닙니다. 오히려 이 결말보다 더 비참했더라도 이해할만한 전개였다면 저는 인정할 수 있었어요. 다만 이 엔딩에서 슬레인이 비참해진 것이 왜 문제인가하면, 그것이 아세일럼에 의한 '구원'의 결과이기 때문이죠. 죽느니만 못한 꼴이 났으니 슬레인에게 있어 아세일럼의 처사는 구원이 아니라 두번 죽이는 꼴이고, 전쟁으로인한 비극의 '극복'이어야 할 것이 순식간에 '확인사살'이 됐습니다. (만화의 결말이 모든 것을 원점, 즉 제로로 돌리는 데 의의가 있다는 점에서 더더욱 실망스럽습니다. 슬레인의 인생은 원점으로 돌아간 게 아니라 -∞로 발산했어요!) [본문으로]
  5. 또 내용 추가. 개인적으로 슬레인이 모든 죄를 끌어안고 죽은 것은 '전쟁의 화신'인 슬레인 트로이어드를 죽임으로서 상징적으로 전쟁의 완전한 종결을 내기 위함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이건 작품으로서의 감상이고, 내용상 아세일럼은 전쟁에 대한 화성의 모든 죄를(심지어 전쟁이 일어난 것 자체는 슬레인의 죄라기보단 버스 황실의 업보에 더 가깝습니다.) 슬레인에게 뒤집어씌움으로서 전쟁에 대한 모든 책임에서 회피하고 지구와의 관계에서 유리한 위치를 선점하는데 이용한 셈이 됩니다. 그래도 슬레인이 제대로된 구원을 받았다면 별 문제가 없겠지만 구원의 결과가 안습한 옥살이라는 점이 시너지를 일으켜서 아세일럼은 그냥 슬레인을 적당히 써먹기 좋은 장기말로 써먹고 버린 셈이 되어버리는 거죠! 아오 저 나쁜년이... [본문으로]
  6. 1화 시작할 때 '하늘이 무너져도 정의는 지켜라'라는 메세지가 나온다는 점을 생각합시다. 아주 우습기 짝이 없는 엔딩이죠. 실제 전쟁의 발단이 된 버스 지배 계급의 부패, 라예나 크루테오 혹은 다른 화성 기사들의 처우 등은 아무 언급 없이 슬레인이 희생양이 된 이 결말의 대체 어디에 정의가 있는 것인지 저는 정말이지 모르겠습니다. 아세일럼이 슬레인을 버린 것은 군주로서 버스 제국에 가장 유리한 선택을 한 것 뿐이라고 애써 생각한다면, 결국 그녀 역시 정의롭지 못한 군주일 뿐입니다. 뭐.. 첫화의 그 문구가 피소의 판결에서 유래했다는 점을 생각하면 결국 전부 정의롭지 못한 알제의 상황에 딱 맞는 문구이긴.. 합니다. 씁쓸하네요. [본문으로]